일상

전혀 전달되지 않았어!

최근 제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일드가 하나 있는데 바로 ‘중쇄를 찍자 (重版出来)’다.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된지는 제법 되었는데 시간이 없어서 못 보고 있다가 최근에서야 하루 한 두 편씩 챙겨보게 되었다 (이제 겨우 한 편 남았다 흑).

9화의 내용 가운데 극 중 오다기리 죠가 이런 대사를 읊는다.

‘전혀 전달되지 않았어!’

과거의 어떤 일을 두고 자신은 정성을 다해 열심했기에 당시에는 몰라도 나중에는 상대가 알 수 있지 않을까, 그래서 본인에 대해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을까 생각했으나 상대는 아직도 그때의 일을 두고 분노를 하고 있다는 후일담을 전해 들은 오다기리 죠가 거리에서 외치는 일성이다. ‘전혀 전달되지 않았어!’

생각보다 이런 경우는 많은 것 같다. 나도 예전에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하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들을 전달자로서 전하며 오해를 받았던 것에 대해, 지금은 몰라도 나중에는 이해해줄 날이 오겠지 하며 스스로 위로하곤 했는데, 다시 물어볼 기회가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아무래도 오해가 풀리지는 않은 것 같다. 나는 오해받는 걸 진짜 못 참는 성격이었는데 회사를 관두던 몇 해 전 그런 일들에 여럿 휩싸이고 나서는 조금 ‘그러려니’하는 쪽으로 바뀐 것 같다 (바뀌고 있다).

이런 일을 겪으며 내가 느꼈던 감정도 바로 그것이었다. ‘전혀 전달되지 않았어!’

나는 그렇게 노력하고 애쓰고 최선을 다했는데, 나에 그 정성과 노력이 어쩌면 이렇게 하나도 전달이 되지 않았는지. 진심은 언젠가는 알아준다는 건 확실히 판타지에서나 가능한 것이라는 걸, 아니 적어도 회사 생활에서는 기대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걸 깨닫고는 그 전달되지 않았음에 심하게 가슴이 쓰라렸더랬다.

앞서도 말했지만 세상엔 참 그런 일이 많은 것 같다. 아무리 티를 안 내려고 해도 마음 한 구석에는 누군가가 조금이라도 알아봐 주길 기대하는 마음이 있기 마련인데, 그렇다 보니 아무도 진심을 몰라줄 땐 그 나중의 씁쓸함과 텁텁함이 결코 유쾌하지 않았다. 그래도 몇 번의 이런 일들을 겪으며 체험적으로 알게 된 건 아무리 노력해도 전혀 전달되지 않는 일들이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다. 

그냥 쿨하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하고 싶지만, 참. 이것 만큼 답답한 일이 없다.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니…

그 대사 한 마디가 이리도 쓰라릴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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