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관객들이 매표소에 가서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다 주세요’라고 말한다는 영화 ‘저스티스 리그’.
지난주 오랜만에 극장에 가서 챙겨보았다. 영화 글로 따로 쓸 수도 있었지만, 그러기엔 조금 애매한 포지션의 영화라 그냥 짧게 소감 정도로 남겨도 될 것 같다.
워낙 많은 악평들과 우려를 이미 들었기 때문이지 나는 별로 기대치가 높지 않았는데, 그래서인가 그럭저럭 재미있게 보았다. 물론 다른 캐릭터도 아니고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을 데리고 이런 이야기밖에 할 수 없었나를 따지고들 자면 한 없이 아쉬운 영화지만, (다시 한번 말하지만)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몇몇 장면들 만으로도 볼 만은 했다.
짧게 평하자면, DC와 워너는 마블을 최대한 신경 쓰지 말아야 하는데 금방 따라잡고 싶은 생각만 계속 앞서다 보니 좋은 결과물을 내지 못하고 있다. 캐릭터 자체가 갖고 있는 매력이나 인지도라면 슈퍼맨, 배트맨, 원더우먼을 이길 캐릭터가 마블에 어디 있겠나. 시네마틱 유니버스에서야 최근 좀 뒤처졌지만 마치 마블이 없는 것처럼 처음부터 차근차근 시작해도 충분한, 매력적인 캐릭터들을 갖고도 조급함에 계속 헛발질을 하는 이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저스티스 리그’가 더 재미가 있으려면 저 문구처럼 ‘혼자서는 세상을 구할 수 없어’야 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슈퍼맨만 정신 차리면 충분히 세상을 구하고도 남을 이야기였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큰 패착이다.
그건 그렇고, 요새 영화도 여러 가지 이유로 못 보고 있고, 음악은 정말 더 못 듣고 있어 안달이 난다. 예전엔 회사 입사할 때 남들에 비해 특별히 더 잘할 수 있는 한 가지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각자의 취향에 맞는 음악을 추천해 드릴 수 있다’라고까지 답했던 나였는데, 이제는 내가 듣고 싶은 음반 조차 무얼 선택해야 할지 고민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니 한숨이 나온다. 휴우…
그래서 오랜만에 피치포크에도 들어가 보고 예전에 다니던 사이트 등을 들러 보았는데, 여전히 정확히 뭘 골라야 할지 모르겠더라. 취향이라는 것도 열심히 계속할 때 유지 가능한 것들인데, 다시 여유가 생긴다면 개인의 취향을 되찾을 수 있을까.
나야말로 취향 빼면 시체인 사람이었는데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