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어: 영화음악의 모든 것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 2016)
영화를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영화 음악도 좋아하게 되었더랬다. 처음 좋아하게 된 영화 음악들은 당연히(?) 익숙한 수록곡 들일 거라고 생각하며 쓰려고 보니, 오히려 처음 영화 음악에 매료된 것은 가창이 포함되지 않은 연주 중심의 스코어 음악들이었다. 어린 시절 영화를 보고 나면 자연스럽게 흥얼거리게 되는 영화 음악들이 있었다. 대부분은 스필버그 영화의 음악들이었는데, 나중에야 알게 되었지만 이들은 모두 존 윌리엄스의 작품이었다. 그렇게 존 윌리엄스라는 위대한 영화 음악가를 첫 번째로 좋아하게 된 나는, 이후에도 여러 영화 음악 작곡가들에 매료되어 그들이 만든 멜로디를 흥얼거리고 또 자주 꺼내 듣게 되었다.
이 영화 ‘스코어 : 영화음악의 모든 것 (SCORE: A Film Music Documentary, 2016)’은 바로 그 영화 음악 작곡가들에 관한 이야기다. 새삼스럽지만 영화라는 예술에 음악이 있고 없고에 따라 얼마나 많은 차이가 발생하는지에 관한 소개부터, 할리우드 초기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활동해 온 전설적인 작곡가들의 작품과 이야기들을 그들 스스로와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다른 영화 음악가들, 감독들, 스텝들의 인터뷰를 통해 들려준다.
이 영화에는 여러 작곡가들이 비중 있게 다뤄지는데 크게는 제리 골드스미스, 존 윌리엄스 그리고 한스 짐머의 순으로 나눠볼 수 있겠다. 이들이 만든 영화 음악은 적어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절대 모를 수 없을 정도로 각각의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들에서 그 영화를 더 오래 남게 만드는 인상적인 음악이었다.
(죠스의 그 유명한 테마가 탄생된 그 순간)
나는 특히 어렸을 때를 떠올려보자면 영화가 곧 스티븐 스필버그 그리고 성룡이었던 것처럼, 영화 음악은 곧 존 윌리엄스였다. 그가 스필버그와 함께 한 수많은 작품들은 아직도 그 멜로디 하나하나를 자연스럽게 기억할 정도로, 결정적 장면들 만큼이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죠스’ ‘E.T’ ‘스타워즈’ 같은 작품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이 작품들의 이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그 테마 곡들이 떠올라 소름이 돋는다), 존 윌리엄스의 작품 가운데서도 특히 더 좋아하는 ‘인디아나 존스’ 시리즈와 ‘슈퍼맨’ ‘쥬라기 공원’ 등의 영화 음악은 그야말로 클래식이라 부르기에 부족함이 없는 걸작이다. 작품 속 한스 짐머의 인터뷰 내용 가운데도 등장하지만, 만약 영화 음악가가 없다면 교향곡, 더 나아가 클래식 음악은 말 그대로 과거 속에만 존재하는 음악이 되어버렸을지도 모르겠다. 존 윌리엄스를 비롯해 유명한 영화 음악 작곡가들은 지금도 전설로 추대받지만, 아마 앞으로 시간이 더 지날수록 더 높은 평가를 받게 되지 않을까 싶다.
이전이 존 윌리엄스의 시대였다면 현재는 단연 한스 짐머의 시대라고 할 수 있는데, 얼마 전 다녀왔던 내한 공연에서도 느낄 수 있었던 것처럼 한스 짐머의 음악은 최근 10~20년 사이 가장 익숙하고 완성도 높은 음악인 동시에 가장 강렬하고 격정적인 음악이라 할 수 있겠다.
이 영화에서 가장 행복한 점은 내가 사랑하는 영화 음악들을 짧은 시간 동안 여럿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오프닝에 등장하는 ‘록키’의 주제곡 ‘Gonna fly now’에서부터 돋기 시작한 소름은 존 윌리엄스의 곡들이 나올 때 (이를 테면 ‘스타워즈’의 루크 스카이워커 테마가 흐를 때), 그리고 한스 짐머의 ‘다크 나이트’ 테마가 나올 때까지 결코 잦아들지 않았다. 아니 잦아들지 않았다기보다는 모든 곡이 나올 때마다 몸이 즉각 반응해서 바로 소름이 돋기를 반복했다. ‘몸이 반응했다’라는 표현 이상의 표현은 없을 정도로 삽입된 한 곡 한 곡이 모두 좋아하고 또 너무 유명한 곡들이 수록되어 있어 이것만으로도 이 다큐멘터리는 볼 만한, 아니 들을 만한 가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