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헌터 시즌 2 (Mindhunter, season 2)
억누르며 천천히 걷는 걸음
시즌 2까지 다 보고 나니 넷플릭스 작품들 가운데 한 손에 꼽을 만한 작품이 돼버린 ‘마인드헌터 (Mindhunter)’. 데이빗 핀처가 서스펜스를 다루는 방식은 여전히 압도적이고 또 매혹적이다. 시즌 1이 살인범들과의 인터뷰 자체가 주는 긴장감과 이를 통한 사건 전개가 중심이었다면, 시즌 2는 좀 더 캐릭터가 중심이 된 농도 짙은 드라마라고 볼 수 있다.
작품 속에서도 무용담처럼 종종 언급되는 것처럼 무시무시한 살인자들과 아무런 결박도 없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대화를 나누는 것은 그 자체로 긴장감을 주고, 이 인터뷰를 통해 끌어내는 이야기들은 별다른 장치 없이도 수준 높은 서스펜스를 만들어 낸다. 시즌 2에서도 이런 방식은 여전하지만 이런 시퀀스들이 한 발 물러나 있다고 느낄 만큼 이야기의 중심은 캐릭터들 각자의 삶에 있었다. 각자가 이 일과 별개로 (하지만 지독할 정도로 연관될 수 밖에는 없는) 각자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마주하는 이야기를 통해 ‘마인드헌터’는 또 다른 복잡한 심리 상태를 그려낸다.
일반적인 스릴러/서스펜스의 작법으로 보자면 이번 시즌은 특히 더 클라이맥스가 없다고 까지 말할 수 있겠다. 고조되는 측면도 있기는 하지만 이것도 없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다. 그런데도 단숨에 몰입해서 한 시즌을 감상할 수 있는 건 그 긴장감이 거의 한 순간도 존재하지 않는 순간이 없을 정도로 내내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무슨 일이 곧 일어날 것만 같은 기분이 드는 경우가 굉장히 잦았는데, 거의 대부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최소한 일어날 것만 같은 불쾌하고 두려운 기분은 최대치로 체험할 수 있는 드라마다. 그 가운데 가장 몰입도가 높았던 건 역시 빌의 이야기였는데, 아마 보통의 드라마였다면 빌이 자신에게 벌어지는 이 상황을 극복하지 못하고 타인에게 터뜨려 버리는 장면이 아마 몇 번이고 등장했을 테지만 ‘마인드헌터’는 결코 그렇게 달려 나가지 않는다. 답답함을 계속 억누르며 한 발 한 발 천천히 걸어갈 뿐이다.
끝까지 달리는 것 없이 그저 그 한 발 한 발 걷기만 하는 속도가 답답하거나 지루할지도 모르지만, 그 한 걸음마다 꾹꾹 눌러 담고 있는 감정과 심리를 느끼게 된다면 이번 시즌 역시 만족하지 않을 수 없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