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치 (Searching, 2018)
형식을 뛰어넘는 이야기의 힘
이야기보다 형식이나 커다란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돋보이는 영화들이 있다. 촬영 방식을 일반적이지 않은 형태로 가져간다거나 장르적 특성이 갖는 점을 역으로 이용해 쾌감을 주는 영화들이 그렇다. 이런 대부분의 영화들은 이 특이한 형태가 영화 전체를 지배하는데 이것은 곧 장점이자 단점이 된다. 독특한 하나의 아이디어나 틀을 벗어난 형식은 분명한 특이점으로 기억되고 관객을 쉽게 주목하게 만들지만, 그것이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 갈 수 있는 가를 묻는 다면 대부분은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아니시 샤간티 (Aneesh Chaganty) 감독의 장편 데뷔작 ‘서치 (Searching, 2018)’ – 그냥 원제 그대로 ‘서칭’으로 했어도 좋았을 텐데 조금 아쉽다 -는 일단 형식과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영화다. 저예산 영화임에도 이를 아이디어로 완전히 커버하는 바람에 이야기의 스케일을 예산이 결코 결정하지 못한다. 그렇다고 아주 소소한 작은 스케일의 이야기도 아니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이 결과물은 정말 최적의 아이디어였다고 말할 수 있겠다. 만약 아니시 샤간티가 백인 남성이었다면 전 세계에서 천재 감독의 등장이라 떠들었을 것이라는 얘기가 과언이 아닐 정도로, 그의 장편 데뷔작 ‘서치’는 놀라운 영화다.
페이스타임과 문자 메시지, 라이브 방송 등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서치’는 먼저 그 활용에 있어서 젊은 감독답게 – 그리고 구글 출신의 감독답게 – 해당 서비스의 실제 사용자들도 완전히 빠져들 수 있을 만큼의 디테일을 보여준다. 일종의 재미 측면으로 존재하는 디테일들도 있지만 대부분의 디테일이 이야기에 아주 깊숙이 관여하고 있을 만큼 완전히 녹아들었다는 점에서 이 기술적 융화를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최신의 유행과 기술을 전시하듯 늘어놓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직접적인 단서들로 활용하고 있는 점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이것이야말로 진짜 최신 영화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각종 SNS 서비스와 도구들의 특성을 100% 이해한 배경 위에서 현재를 미장센으로 구현하듯 UI를 적극 활용한 화면 구성은, 컴퓨터 화면을 띄워 놓은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 짜임새 있게 구성되어 있다는 걸 확인시켜 준다. 페이스 타임을 할 때 이전 걸었던 통화 목록이나 페이스 타임 창 밖에 띄워 논 서비스들의 화면들, 그리고 바탕화면을 비롯한 모든 화면 내의 작은 요소들도 그냥 무심하게 나온 결과물이 아니라는 걸 깨닫게 되는 순간, 이 영화는 훨씬 더 흥미진진해진다.
이렇게 아이디어와 형식을 칭찬하는 내용을 적었지만, ‘서치’가 대단한 건 그 형식을 넘어서는 이야기의 힘 때문이다. 딸이 실종되고 찾는 과정의 이야기는 이 신선한 아이디어가 더해지면서 단순히 옷만 갈아입은 것이 아니라, 본래 이런 종류의 이야기가 어떤 힘을 갖고 있었는지를 깨닫게 해준다. 일종의 범인이 등장하는 최근의 영화들은 범인 자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을 정도로 한 편으론 금세 관객에게 들키거나, 혹은 영화 스스로 범인 찾기를 일찌감치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서치’는 오랜만에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가장 기본적인 서스펜스에도 충실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였다. 이걸 단순히 ‘반전’이라고 말하는 것이 미안할 정도로 ‘서치’는 범인이 누구인가 하는 것의 재미도 놓치지 않으면서, 이 실종 사건을 통해 무엇을 말하려고 했는 지를 더 먼저 관객이 느끼게 해주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