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이즈 본 (A Star Is Born, 2018)
윌리엄 A. 월먼의 1937년 작 ‘스타 탄생 (A Star Is Born, 1937)’은 뮤지션, 쇼 비즈니스와 로맨스를 엮어 낸 고전으로 여러 차례 리메이크되었다. 그중 바브라 스트라이샌드와 크리스 크리스토퍼슨이 주연을 맡은 동명의 1976년 작이 가장 유명한데, 배우로 더 유명한 브래들리 쿠퍼가 최근 이 ‘스타 탄생’을 리메이크해 연출작으로 내놓았다. 너무 유명한 팝스타인 레이디 가가와 함께.
시대를 뛰어넘으며 지속적으로 리메이크가 된다는 건 가장 매력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가장 보편적인, 한 편으론 가장 진부한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다. 이미 여러 영화와 드라마, 소설 등을 통해 익숙한 클리셰들을 브래들리 쿠퍼의 ‘스타 이즈 본’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굳이 동명의 전작들을 보지 않았더라도 이야기의 전개와 결말을 어렵지 않게 예상할 수 있을 정도로, ‘스타 이즈 본’은 모든 것이 예상대로 흐른다.
그런데 또다시 이 리메이크가 성공적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이유는 결국 배우 때문이다. 만약 앨리 역을 다른 여배우가 맡았다면 적어도 지금의 감동과 여러 겹의 다채로움은 갖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만큼 이 영화는 레이디 가가가 앨리 역을 연기하면서 동시에 얻게 된 장점들을 그저 늘어놓은 것에 그치지 않고, 최대한으로 끌어내 결국 관객들에게 이 진부한 고전을 또 한 번 감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아마도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앨리 역을 연기했을 때도 비슷한 시너지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더 인상적인 작품이었다고 할 수 있을 텐데, 레이디 가가 역시 앨리가 단순히 스크린 속 앨리에 머무르지 않고 스크린 밖 실제 존재하는 레이디 가가라는 뮤지션과 아주 밀접하게 교차되면서 그것이 영화를 감상하는 데에 지장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이야기가 가진 본래의 힘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최대의 장점으로 작용한다.
아마 레이디 가가의 오랜 팬들이라면 이 영화 ‘스타 이즈 본’이 다큐멘터리가 아닌가 느껴질 정도로 레이디 가가가 겹쳐질 것이다. 단순히 이야기가 유사하거나 하기 때문이 아니라 극 중 앨리는 여러 면에서 레이디 가가와 닮아있기 때문이다. 행보가 닮았다기보다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정서, 그리고 이 캐릭터로서 레이디 가가라는 뮤지션이 느끼고 동화되었을 정서가 영화 전체에 드리워져 있기 때문에, 이 영화는 레이디 가가를 빼놓고서는 절대 말할 수 없는 영화가 된다.
브래들리 쿠퍼는 그런 레이디 가가를 위해 극 중에서도 밖에서도 철저히 조력자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 레이디 가가가 연기한 앨리가 영화 전체를 압도하고 있지만, 영화가 끝나고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브래들리 쿠퍼가 연기한 잭이 무대 위에서 흐뭇하게 앨리를 바라보던 그 눈빛이었다. 앨리의 노래를 연주해 주며 보내던 그 눈빛 역시 잭과 브래들리 쿠퍼가 겹쳐 보일 정도로 인상적이었는데, 이 역시 감상을 해치지 않는 장점이자 가장 큰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