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더 머니 (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
돈 그리고 돈
리들리 스콧의 신작 ‘올 더 머니 (All the Money in the World, 2017)’는 잘 알려졌다시피 1973년에 벌어졌던 세계적인 석유재벌 J. 폴 게티의 손자 납치 사건을 다루고 있다. 당시로서는 단순한 재벌이 아니라 역사상 최고의 재벌이었던 J. 폴 게티의 손자가 납치되면서 이 몸값을 두고 벌이는 폴 게티(크리스토퍼 플러머)와 3세의 어머니인 게일(미셸 윌리엄스) 그리고 게티가 고용한 해결사인 체이스(마크 월버그)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상의 모든 돈’이라는 영화의 제목이 말해 주듯, 이 영화에서 중요한 건 납치 사건이 아니라 그 원인이자 목적이자 모든 것인 돈 그 자체다. 영화의 제목도, 이 글의 제목도 돈이라는 것 외에는 별 다른 말을 쓸 수 없었을 (쓸 필요가 없었을) 정도로 리들리 스콧은 이 사건을 통해 돈이라는 존재를 좀 더 적나라하게 들여다보고자 한다. 그래서인지 납치극으로서 ‘올 더 머니’는 커다란 긴장감도 없고, 전체적인 줄거리도 별다른 점이 발견되지 않지만, 돈이라는 관점에서 각각의 인물들(J. 폴 게티 외에 다른 인물들도 모두)을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어 묘한 긴장감을 준다. 다시 한번 리들리 스콧이 장인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는데, 특별할 것 없는 줄거리와 그다지 극적인 긴장감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묘하게 종잡을 수 없는 전개와 몰입도를 만들어 냈기 때문이다. 케빈 스페이시의 대타로 짧은 기간 동안 재촬영에 임한 크리스토퍼 클러머의 연기를 비롯해 미셸 윌리엄스와 마크 월버그의 연기도 전반적으로 훌륭했지만, 실화라는 점을 다양한 로케이션과 잠시지만 현장감과 스케일이 느껴지는 촬영을 통해 영화가 담고 있는 돈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덜하지 않은 긴장감으로 시종일관 담아낸다.
역사적으로 최고의 재벌 중 한 명이었던 게티가 아주 사소한 것들까지 꼼꼼하게 챙기는 걸 보면서, 나도 모르게 저절로 요새 뉴스에서 하루가 멀게 등장하고 있는 그분이 겹쳐졌다. 그분의 일화들을 알게 되었을 때도 처음에는 ‘저 정도로 부자인데 겨우 그런 것들까지 그랬을까’ 싶었었지만, 나중엔 ‘아! 그래서 그렇게 부자가 된 거였구나’하고 무릎을 탁 치며 욕이 한 사발 터져 나오기도 했었는데, 역사상 최고였다는 게티의 일화들을 접하고 나니 역시 부자들은 통하는 부분이 있구나 싶었다. 물론 게티는 예술품 수집에 일가견이 있어 후에 자신이 수집한 예술품들을 모아 게티 박물관을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무료로 개방하는 사회적 유산을 남기기도 했으니 그 분과 직접적 비교는 어려울 수 있겠다. 아, 그분도 곧 무언가를 남기게 될지도 모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