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패터슨 _ 평범한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패터슨 (Paterson, 2016)
평범한 일상이 시가 되는 순간

여기 한 남자가 있다.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버스 운전을 하고 퇴근을 하면 아내와 함께 집에서 저녁 식사를 한 뒤, 함께 지내는 개를 산책시킬 겸 외출해 단골 바에서 맥주 한 잔으로 하루를 마무리한다. 이런 패터슨 (아담 드라이버)의 일주일을 들여다보는 짐 자무쉬의 영화 ‘패터슨 (Paterson, 2016)’은 일상을 최대한 영화적으로 해석하지 않고 내버려두고자 하는 영화다. 그렇게 모두에게 존재하는 일상을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월요일부터 일요일을 다룬 보통의 영화라면 아무리 덤덤한 일상을 그리고자 한다 해도 금요일 정도가 되면 하나쯤 극적인 사건이 터져서 감정적으로 롤러코스터를 탄 뒤늦은 토요일이나 일요일 오전쯤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는 과정을 그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패터슨’에서 벌어지는 하나의 사건(사건이라고 부르는 것조차 조심스럽지만)을 두고 이와 같은 극적 요소로 볼 수 있는 것 아니냐 반문할 수 있는데, 물론 패터슨에게 벌어진 그 사건이 심리적으로 흔들릴 만한 일이기는 했지만 영화가 그 순간을 다루는 방식이나, 이후 패터슨이 이 사건을 겪어 내는 과정(혹은 해답)을 본다면 역시 사건으로서 존재하거나, 극적 요소로서의 역할을 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즉 ‘패터슨’은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주인공이….로 시작하는 영화가 아니라, 평범한 일상 그 자체를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간 평범하지만 비범한 영화다.

그 평범한 일상 가운데서도 관객의 입장에서 해석하고픈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요소들은 분명 존재한다. 하지만 이건 짐 자무쉬의 말처럼 절대 감독의 의도가 아니다. 감독은 오히려 너무 많은 의미를 찾으려 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이것이 감독의 의도라면 의도다). 그럼에도 한 두 가지 눈에 띄는 점들을 청개구리처럼 말해보자면, 패터슨이라는 캐릭터에 관한 부분이다. 절대 자신의 주장을 먼저 내세우는 법이 없고 그저 일상의 순응하며 살아가는 듯한 모습의 패터슨이지만, 결코 주관이 없거나 원하는 바가 없지 않다는 걸 몇몇 장면을 통해 눈치챌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순간들은 집에서 아내와 함께 하는 거의 대부분의 장면들이다. 이런 패터슨에 비해 아내인 로라 (골쉬프테 파라하니)는 본인이 하고자 하는 것들을 적극적으로 어필하고 외적으로 표현하는 성격이다. 아마도 그녀의 스타일대로 꾸며졌을 집 안의 인테리어만 봐도 알 수 있다. 블랙&화이트 패턴이 사용되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그녀가 입는 옷에 이르기까지 이런 취향으로 가득 차 있는데, 이건 반대로 패터슨이 이런 아내의 취향을 모두 수용하고 있다는 걸로 이해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 영화는 시를 주요 모티브로 활용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평범한 일상을 시적인 장면으로 만들기 위해 또 다른 의미에서 과장하거나 왜곡하는 영화는 아니다. 영화 속에서 패터슨이 쓰고 좋아하는 시의 구절들이 그러하듯, 시로 인해 일상이 시적으로 묘사되는 것이 아니라 본래 아름다웠던, 하지만 잘 발견하지 못했던 일상의 평범한 순간들을 시라는 언어를 통해 직접적으로 표현해 낸 것뿐이다. 그렇게 이 영화는 진정한 의미의 시를 닮은 영화가 아닐까 한다.

그리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시를, 그리고 시를 쓰는 자신을 발견한 패터슨처럼 나의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편안한 긍정이, 묘한 안도감을 주는 영화였다

1. <문라이즈 킹덤>의 주인공이었던 두 아역 배우(자레드 길먼과 카라 헤이워드)가 출연해 버스 안에서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있는데, 첨엔 어디서 많이 본 듯한 얼굴인데… 싶다가 곧 알 수 있었어요. 정말 놀랍고 반가웠던 순간.

2. 요즘 정말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계속 살아가고 있는 중인데, 정말 위안이 되는 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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