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코코 _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

코코 (Coco, 2017)
누군가 나를 기억해준다는 것

픽사의 마법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던 시절이 있었다. 그깟 장난감 이야기가 뭐라고 ‘토이 스토리 3’은 어린 시절과 통째로 이별하는 듯한 감정에 흐느꼈었고, 또 울리겠지 싶어 마음을 단단히 먹고 갔던 ‘업’은 전혀 예상치 못한 오프닝 시퀀스에서 울려 버리는 바람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도 했었다. 디즈니에 인수된 이후 한 동안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터라 조금은 기대치를 낮추고 보게 된 ‘코코 (Coco, 2017)’는 또 한 번 픽사가 한창이던 시절의 감동을 느끼고 온 감동적인 드라마였다. 난 또 뮤지션을 꿈꾸는 소년의 이야기인 줄로만 알았지, 이토록 애절한 가족 드라마일 줄이야.

영화는 멕시코를 배경으로 5대가 함께 살고 있는 리베라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음악을 위해 가족을 떠난 남편을 지워버리기 위해 음악을 적대시하는 가족 속에서 태어난 미구엘은, 그럼에도 멕시코의 전설적인 뮤지션인 데 라 크루즈를 동경하며 뮤지션의 꿈을 꾼다. 그렇게 꿈을 포기하지 않고 경연대회에 나가 뮤지션으로서 자신을 알리고자 했던 미구엘은 기타를 얻고자 갔던 데 라 크루즈의 묘지에서 우연히 사후 세계와 연결되게 되며 본격적인 모험이 펼쳐지게 된다.

픽사의 스토리텔링이 뛰어난 점은 관객이 전혀 눈치채지 못할 새로운 이야기나 충격적 반전을 선사하기 때문이 아니라 어쩌면 모두가 이미 알고 있는 사실, 하지만 너무 익숙하거나 보편적인 것이 되어버려서 오히려 잊고 지내는 감정들을 자연스럽게 소환해 내는 극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 ‘코코’의 이야기 역시 사후 세계가 등장하고 멕시코 전통의 치밀한 사전조사를 통한 디테일들이 등장하기는 하지만, 그 중심에는 전 세계적으로 공감대를 가질 수 밖에는 없는 꿈과 가족에 대한 강렬한 메시지가 있다. 사실 처음 이 영화의 포스터나 시놉시스를 접했을 땐 당연히 꿈을 찾아 떠나는 소년의 모험을 통해 ‘꿈’이라는 것에 대해 희망과 용기를 주는 픽사 만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닐까 했었는데, ‘코코’는 그런 측면의 이야기도 존재하지만 그보다는 가족이라는 존재, 공동체, 연결됨에 대한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2017 Disney•Pixar. All Rights Reserved.

아마 예전에 이 영화를 보았다면 장면 장면을 분석하며 의미하는 바가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어떤 작용을 하고 있는가 풀어 보았을 텐데, 가족이라는 의미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할 수 밖에는 없는 지금 보게 된 ‘코코’는 마치 ‘업’의 오프닝 시퀀스가 그랬던 것처럼 아버지와 딸, 딸과 자식들, 부모와 조부모 등 가족이라는 특수한 관계 속에서 오는 평범하지만 특별한 감정들과 영화의 주된 테마 중 하나인 ‘기억’에 대한 감동 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럽고 더 이상은 불필요하게 느껴졌다. 

그런 측면에서 영화의 제목이 주인공 ‘미구엘’도, 본래 제목으로 계획했던 ‘망자의 날’도 아닌 할머니의 이름 ‘코코’인 것은 정말 신의 한 수가 아닌가 싶다. 만약 다른 제목이었다면 똑같은 감동이 있었더라도 이 영화를 기억하는 방식이 달라졌을 거다. ‘코코’라는 제목이 이 영화를 기억하기에 가장 좋은 선택이니까.

1. 미구엘의 엄마로 등장하는 캐릭터의 표정이 시종일관 너무 좋았다. 수많은 가족 중의 한 명으로 배경처럼 등장했음에도 자연스럽게 눈이 가서 떠날 수 없었을 정도로, 부모가 자식에게만 가질 수 있는 감정이 듬뿍 담긴 표정이었기 때문. 그걸 완벽하게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해낸 어마 무시한 기술력도 대단하고.

2. 애니메이션의 기술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또 한 번 발전했다는 걸 쉽게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압도적인 장면들이 많았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캐릭터들의 표정 표현이 어찌나 자연스러운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3. 영화를 보고 와서 내내 사운드트랙을 듣고 있는데, 거장 마이클 지아치노는 이번에도 실망시키지 않는다.

4. 시작 전 단편으로 ‘올라프의 겨울왕국 어드벤처’가 상영되는데, 단편 치고는 꽤 긴 분량이더라. 완벽하게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춘 작품으로 우리도 그 시즌에 보았다면 더 좋았겠다 싶었던. 엘사가 등장하는데 마치 슈퍼스타가 등장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더라.

5. 영화 보고 나면 어르신들이 이번 명절엔 제사 꼭 지내야겠다 하는 거 아닌가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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