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고스트 스토리 _ 언젠간 소멸할 것들을 떠올리다

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 2017)
언젠간 소멸할 것들을 떠올리다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렉 주연의 영화 ‘고스트 스토리 (A Ghost Story, 2017)’는 제목 그대로 유령에 관한 이야기다. 물론 은유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유령 이야기라는 제목은 이 영화의 모든 것이자 가장 정직한 제목이었다는 걸 영화가 끝나고 나서 알 수 있었다. 

루니 마라와 케이시 애플렉이 연기한 한 커플의 이야기를 통해 사랑이라는 감정 혹은 그 대상에 대한 상실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 같더니, 영화는 어느덧 사랑이라는 감정을 넘어서서 공간과 존재 그 이상의 차원까지 이야기를 조심스레 확대해 나간다. 시간의 개념으로 보았을 때 이 영화를 판타지로 분류할 수도 있겠으나 이 영화 속 화법으로 말하자면 ‘고스트 스토리’가 판타지 영화라기보다는, 판타지라는 장르가 이 영화의 시간 흐름 속에 일부분 흘러가는 과정이었다고 말할 수 있겠다. 

‘피터와 드래곤 (Pete’s Dragon, 2016)’을 연출했던 데이빗 로워리 감독은 1.33:1의 화면비를 통해 (거기다가 비네팅 효과까지 더해져) 인물들의 심리를 더 깊이 바라보도록 만든 것은 물론, 마치 영화 속 천을 둘러쓴 유령처럼 구멍 난 곳을 통해 공간을 바라보는 듯한 느낌도 전달하고 있다. 후반부 소멸에 대해 철학적 대화를 나누는 신을 제외하면 거의 대사가 없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고 여러 씬이 극단적인 롱테이크로 촬영되어 고요하고 긴 호흡으로 전개되지만, 배경이 되는 집이라는 공간과 그 안에 존재하는 유령의 감정들은 소멸되지 않고 끝까지 살아 전달된다. 

죽은 자가 산 자의 눈에는 띄지 않지만 유령이나 영혼의 형태로 남게 되는 이야기나 상상들은 여럿 해보았었는데, 이 영화처럼 어떤 공간에 한정된다는 생각은 거의 못해보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고스트 스토리’는 떠돈다는 느낌보다는 남겨졌다는 느낌이 더했다. 산자의 시간이 계속 흐르고 또다시 흐르기를 반복할 때까지 같은 공간 안에 남겨져 있는 유령의 모습을 보며, 언젠간 소멸하게 될 것들을 떠올려 본다. 그것들 모두도 영화 속 유령 같은 쓸쓸한 역사를 갖고 있지 (갖게 되지는) 않을까. 참 쓸쓸하구먼.

* 케이시 애플렉이 등장하는 분량은 많지 않지만, 여전히 불편함이 감상을 방해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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