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그 시절 우리가 사랑한 링고사마

요 며칠 부지런하게 최신의 음반들을 어렵게 찾아 듣고 있는데, 그러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음반이 듣고 싶어 져서 꺼내 들게 된 음반이 바로 시이나 링고의 음반이다. 

2000년대 초반 즈음이었나. 그전까지는 가요에 흠뻑 빠져 있었다면 이때부터는 본격적으로 팝을 듣게 되면서 구체적인 취향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중 하나가 시이나 링고와 같은 J-POP이었다. 당시만 해도 일본 음악은 국내에서 접하기가 그리 쉬운 것은 아니었는데, 조금 더 이전인 고등학교 때를 떠올려 보자면 학교 근처에 작은 샵에서 X-JAPAN CD나 부틀렉 등을 판매하는 곳이 있었을 정도로, 구하기가 어려운 것에 반해 당시 학생들의 관심도는 상당했었다. 나도 히데 음반을 몇 장 사기도 했었고. 

그러다 회사를 다니면서 빠지게 된 일본 뮤지션 가운데 가장 대표적인 이가 바로 시이나 링고, 링고 사마인데, 뭐라고 말로 딱 설명하기 어렵지만 당시 내가 엄청나게 빠져 있던 뮤지션이 bjork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어느 정도 수긍할 만한 의식의 흐름이다. 지금이야 정식 라이선스 음반들도 많고 직접 아마존 등을 통해 구매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일본 음반만 수입해서 판매하는 온라인 몰들이 꽤 있었다. 여기를 비롯해 여러 수입음반몰 등을 통해 시이나 링고의 음반을 수집했었는데, 이후 동경사변 (東京事変)의 음반들까지 오랫동안 자주 꺼내 듣는 앨범이었다.

그렇게 좋아했던 시이나 링고의 음반을 오랜만에 꺼내 들으니 자연스럽게 2000년대 초반, 그 당시로 빨려 되돌아갈 수 있었다. 앨범 한 장을 구매하기 위해 온라인을 비롯해 홍대, 신촌 등에 있는 레코드샵들을 전전했던 기억이나 (이 중 대부분, 아니 거의 다 지금은 사라졌다는 게 슬픈 현실이지만), 어렵게 구하거나 보게 된 비디오 클립을 몇 번이고 돌려보던 기억 등. 그때는 정말 열정적으로 음악을 좋아했었다.

그때는 참 좋아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도 사정이 좋지 않았고, 여러 가지 상황들도 열악한 수준이었지만 좋아하는 뮤지션의 음악을 듣고 음반과 관련 아이템들을 구하는 일에는 정말 사력을(?) 다 했던 것 같다. 하나 다행스러운 건 주변에 나 말고도 그런 동료들이 많았다는 것. 나 말고도 직원의 대부분이 월급의 절반 이상을 음반 구매에 쓰는 사람들이었으니까. 지금 생각해보면 그땐 참 풍족한 시절이었다. 주머니 사정 말고. 좋아하는 것에 대한 전체적인 분위기가. 

그렇게 시이나 링고를 오랜만에 듣고 싶어서 CD장을 살펴본 나는 생각보다 제법 많이 소장하고 있는 그녀의 앨범에 솔직히 조금 놀랐다 (물론 그 와중에도 당연히 있다고 생각했던 앨범이 없다는 것에 역시 놀라기도 했고;;). 그리고 열심히 앨범을 한 장 한 장 구할 때마다 스스로 뿌듯해하던 내 모습이 떠올라, 또 조금 흐뭇해졌다. 그리워지기도 했고.

Tagged , ,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