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만 악에서 구하소서 (deliver us from evil, 2020)구차하지 않은 장르적 변주 홍원찬 감독, 황정민, 이정재 주연의 하드보일드 영화 ‘다만 악에서 구하소서’는 포스터와 예고편 등에서 알 수 있듯이 철저히 장르를 표방한 영화다. 굳이 두 배우가 함께 출연했던 영화 ‘신세계’를 떠올리지 않더라도, 영화가 시작하고 나면 (어쩌면 시작하기도 전에) 대부분의 관객들은 이 영화의 이야기와 구조를 쉽게 알아차릴 수 있을 정도로 이 영화는 익숙한 캐릭터들과 장르적 특성을 가진 작품이다. 막 마지막 미션을 마친 살인청부업자 주인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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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희에게 _ 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윤희에게 (Moonlit Winter, 2019)더 이상 참을 수 없어질 때가 있다 윤희에게. 잘 지내니? 오랫동안 이렇게 묻고 싶었어.너는 나를 잊었을 수도 있겠지. 벌써 20년이나 지났으니까.갑자기 너한테 내 소식을 전하고 싶었나 봐… 오랫동안 네 꿈을 꾸지 않았는데, 이상하지.어제 네 꿈을 꿨어.나는 가끔 네 꿈을 꾸게 되는 날이면 너에게 편지를 쓰곤 했어… 망설이다 보니 시간이 흘렀네.나는 비겁했어.너한테서 도망쳤고, 여전히 도망치고 있는 거야.머지않아 나는…
우리집 _ 선한 마음을 가진 아이에게
우리집 (The House of Us, 2019)선한 마음을 가진 아이에게 장편 데뷔작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5)’로 평단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던 윤가은 감독의 신작 ‘우리집’은 또 한 번 아이들에게로 카메라를 가져간다. 사실 인상적이었던 ‘우리들’ 이후 윤가은 감독의 차기작은 어떤 영화일까 궁금했었는데 ‘우리집’을 보니 좀 더 감독의 색깔이 선명해졌다. 전작 ‘우리들’이 아이들이 겪는 일들을 통해 그 안에 엄청난 갈등과 복잡한 세계가 존재하고 있음을 그려냈다면, ‘우리집’은 어른들의 문제로 인해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놓인 또 다른 아이들의 모험을 그린다.…
엑시트 _ 과장하지 않고도 진심을 끌어내다
엑시트 (EXIT, 2019)과장하지 않고도 진심을 끌어내다 영화를 보는 데에 있어 가장 큰 적(?)이라면 아무래도 기대감일 것이다. 높은 기대감은 그만큼 충족시켜야 할 것들이 많아지기 때문에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고, 반대로 기대감이 낮다면 그렇기 때문에 비교적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들이 있다. 조정석과 윤아가 주연을 맡은 재난 액션 영화 ‘엑시트 (EXIT, 2019)’는 솔직히 기대감이 낮았던 영화였다. 그건 (영화를 보기 전이니) 당연히 ‘엑시트’의 잘못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기존에 개봉했던 여러 한국영화들, 특히 재난을 배경으로 한 영화들 때문이라고…
기생충 _ 너무 가혹하게 써 내려간 현실
기생충 (PARASITE, 2019)너무 가혹하게 써 내려간 현실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매번 장르 영화라는 출발점에서 대한민국의 현실을 직간접적으로 드러내며 예술적으로도 대중적으로도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모든 영화에는 나름의 장르가 있지만 특별히 봉준호의 영화를 두고 장르 영화라고 부르는 데에는, 최근 들어 영화들의 엹어진 영화적 색깔과 구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그런 반면 최대한 영화적인 작법과 형식을 따르면서도 그 안에 메시지를 대중적인 방식으로 풀어냈기 때문에 봉준호의 전작들은 많은 이야깃거리 혹은 토론과 논란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신작 ‘기생충 (PARASIT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