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2020)
SNS의 시대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책임에 대해 묻다
2020년. 지금은 어떤 시대일까. 소셜 네트워크의 시대. 오프라인에서의 삶보다 온라인에서의 삶이 더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시대. 겨우 몇 년 전만 해도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의 SNS 서비스는 일종의 트렌드 정도로 인식되었지만, 이제는 세대에 따라서는 완전히 삶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현시대를 정의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다. 사실 이런 말을 하는 자체가 새삼스러울 정도로 우리의 삶은 아주 빠른 속도로 온라인에 더 집중되어 있고 가끔은 (혹은 자주) 중독되어 있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 (The Social Dilemma, 2020)’는 2020년 현재 SNS 서비스들이 우리 삶에 미치고 있는 영향과 일반인들은 모르는 이 시스템의 어두운 뒷면과 위험에 대해 이야기한다. 일단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터뷰이 들의 면면이 흥미롭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구글 등 세계적인 회사들의 요직을 맡았던 기획자와 개발자 등이 인터뷰에 나서고 있는데, 그들이 실제 경험한 이야기는 그래서 조금 더 설득력을 얻는다. 그리고 안타깝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대부분 후회 혹은 경고뿐이다. 솔직히 IT업계에 있을 때 가장 고민되었던 이슈 중 하나이기도 했던 ‘윤리’에 관한 문제여서 더 흥미로웠는데, 실제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구글 등의 요직에 있었던 이들이 전하는 경고의 메시지는 내가 업계를 떠나서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더 설득이 되고 평소 생각에 더 힘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었다.
서비스를 만들 때 어떻게 하면 사용자를 더 머물게 할까, 재방문하게 할까, 자주 들여다보게 할까, 주변에 공유하게 할까 등을 고민하고 연구해서 더 나은 결과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일 때가 많은데, 이런 행위가 많은 경우에 사용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가운데 중독되게 만드는, 그래서 사회적으로 봤을 때 악영향을 끼치는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를 강하게 지적한다.
좋아요 기능을 만들 땐 긍정적인 메시지를 공유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만들었지만 그것이 의도와는 다르게 결론적으로 수많은 10대들이 더 많은 좋아요를 받지 못해 우울증에 걸리고 자살률이 높아지는 현상을 낳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지. 과연 그런 책임을 거대 플랫폼 회사들이 지고 있는지.
그리고 알고리즘에 관한 이야기. 사용자는 자신의 취향을 반영하는 ai의 결과물이라고 생각하지만 결국은 그렇게 보이도록 아주 세련된 기술로 설정된 거대한 광고 모델이라는 것. 사용자가 모든 정보를 플랫폼에 제공함으로써 결국 광고주들에게 스스로 상품이 되는 구조가 과연 윤리적인지에 대해 묻는다.
마지막으로 모두가 보고 싶은 것만 보게 되면서 각자의 현실을 갖게 되어 세상과 더 이상 소통하지 못하는 시대가 된다는 위험은, 최근 가짜 뉴스를 믿는 세력들로 인해 벌어지는 국내 현실로도 쉽게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이런 문제들이 온라인에서만 머물지 않고 현실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일들이(이를 테면 음모론을 믿고 정의감에 현실에서 행동으로 옮기는 일) 자주 발생하게 된다는 건 더 이상 그저 sns 문제라고 넘길 시기가 한 참 지났다는 걸 깨닫게 한다.
아마 내가 IT업계 그리고 플랫폼 서비스 회사에 다니지 않았다면 ‘와, 무서워..’로 끝났을 테지만, 여기서 말한 많은 위험과 비윤리적 행동들이 아직도 내부에서는 최고의 전략, 기막힌 아이디어일 수 있다는 걸 알기 때문에 좀 더 머리가 아픈 내용이었다. 나도 비슷한 이슈로 회사와 자주 다툰 일이 있었는데, 그래 윤리가 밥 먹여 주는 건 아니지만 (그걸 알아서 머리가 아프다) 지금처럼 플랫폼 서비스가 전 세계의 삶을 지배하는 현실에서는 윤리적 선택이 선택이 아니라 필수 책임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