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넷플릭스] 이젠 그만 끝낼까 해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2020)
고독한 자의 고독한 독백


미셸 공드리와 함께 했던 ‘이터널 선샤인 (Eternal Sunshine of the Spotless Mind, 2004)’을 감명 깊게 보고 나서 자연스럽게 찰리 카우프만이라는 각본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가 각본을 쓰거나 연출한 작품들을 빼놓지 않고 챙겨보게 되었다. 찰리 카우프만은 아주 뛰어난 작가이지만 누구에게나 쉽게 그의 작품을 추천하기는 어렵다 (그의 작품 중 가장 대중적인 작품이 바로 ‘이터널 선샤인’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의 작품을 이야기할 때 흔히 ‘독특한 상상력’이라는 수식어를 자주 쓰곤 하는데, 독특한 것에서 끝나지 않고 그 독특한 아이디어를 남들보다 한 발, 아니 두 세 발 정도까지 더 확장시킨다는 것이 카우프만의 가장 큰 특징이다. 쉽게 말해 그의 각본은 타협이 없다. 끝까지, 설령 관객이 따라오지 못한다 하더라도 자신이 믿는 바를 끝까지 밀어붙이는 스타일이다. 나는 그래서 찰리 카우프만의 작품들을 특히 더 좋아하는 편이다 (그런 이유로 ‘시네도키, 뉴욕 (Synecdoche, New York. 2008)’을 참 좋아한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그의 새로운 영화 ‘이제 그만 끝낼까 해 (I’m Thinking of Ending Things, 2020)’는 캐나다 출신이 작가 이언 리드의 소설을 원작으로 했다.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 자세히 알 수는 없지만, 이 이야기는 아마 고독과 외로움이라는 키워드로 카우프만을 끌어당겼을 것이다. 그것도 아주 지독한 고독.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사실 스포일러가 크게 의미는 없지만…)

 

영화는 사귄 지 얼마 안 된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게 되는 여자의 목소리로 시작된다. 눈보라가 날리는 추운 겨울, 남자 친구와 차로 이동해 남자 친구의 집에 도착하게 되고 그곳에서 남자 친구의 부모님을 만나 저녁을 함께 하게 된다. 그리고 더 눈보라가 심해지기 전에 서둘러 다시 차를 타고 돌아오게 되는 이 이야기는 특별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사실 그렇지가 않다.

영화는 후반부에 이르기까지 계속 여자 주인공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남자 친구의 차 안에서 대화를 나눌 때도 잠깐씩 이상한 점이 발견되던 현상은 남자 친구의 집에서 부모님과 대화를 나눌 때 본격적으로 드러난다. 남자 친구의 부모님이 젊은 모습으로 또 늙은 모습으로 바뀌어 가며 등장하지만 여자는 전혀 이상함을 느끼지 않는다. 그렇게 많은 이상한 점들이 등장하지만 극 중 누구도 이상함을 느끼지 않고 이야기는 계속 진행된다. 이것이 상상인지 혹은 착각인지 아니면 누군가의 기억인지 영화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후반부에 가서야 어렴풋이 이 이야기가 사실은 남자 주인공 제이크의 이야기이고, 중간중간 등장하던 학교의 청소부 노인이 제이크라는 걸 알게 된다. 이걸 알게 되는 순간 영화는 급격하게 더 우울해지는데, 왜냐하면 그동안의 일들이 모두 노인이 된 제이크가 (어쩌면 죽음을 앞두고) 꿈꾸던 하나의 상상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지 못했을 한 남자가 사는 내내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회환으로 지난날을 떠올리며 보내다, 이젠 그마저도 끝내고자 하는 쓸쓸한 독백은 스스로 상상한 이야기 속에서 마저 원하는 대로 완전히 이루어지지 않는 순간들 때문에 더 가슴이 쓰리다. 

그리고 이 이야기가 결국엔 독백이라는 것. 누군가에 의해 발견되어 이야기되는 것도 아니고, 뒤늦게 알려진 것도 아닌, 그저 아무도 모른 채 홀로 생을 마감하며 마지막 홀로 되뇐 한 줌의 회환이라는 점이 몹시 쓸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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