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메시아 _ 지금 메시아가 나타난다면

메시아 (Messiah, 2020)
지금 메시아가 나타난다면

 

10년 전쯤이었을까. ‘그것이 알고 싶다’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사이비 교주에 관한 내용이었다. 엄청난 신도들을 거짓으로 유혹해 결국 돈과 성을 착취했던 가짜 메시아에 관한 이야기. 이런 비슷한 사이비 종교와 관련된 뉴스들은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데 일단 이들은 분명한 사이비라 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 돈을 목적으로 하거나, 성폭행 등을 일삼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런 뉴스들을 접할 때마다 언제부턴가 그런 생각을 하게 됐다. ‘과연 지금 시점에서 사이비가 아닌 진짜 재림 예수가 나타난다면 우리는 알아볼 수 있을까?’ 하는 질문 말이다.

이 질문에 답을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대부분은 ‘못 알아볼 것이다’로 귀결된다. 예수님 역시 당시에는 대부분의 군중들에게 사이비 선동가 정도로 여겨졌었고, 성서에 기록된 기적과 부활의 이야기가 100% 사실이라 해도 당시 예수를 믿지 않던 이들은 이 역시 절대 믿지 못했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는 어떨까. 아마 2천 년 전 군중들 보다 비교조차 불가능할 정도로 많은 정보 속에 살고 있는 현재의 사람들은 그때보다 더 알아보지 못할 확률이 높다 (물론 계속 이 이야기의 전제는 진짜 재림 예수일 경우다). 아마 더 상식적인 사람일수록 메시아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다. 상식과 논리로는 부정하는 것이 당연한 존재가 아마도 메시아의 모습과 행동일 것이니 말이다. 지금 만약 메시아가 등장한다면 이를 믿고 따르는 이들은 절대다수에 의해 무지하고 사이비에 현혹당한 이들로부터 쉽게 따돌림당할 것이다. 

바로 이런 질문에서 시작한 넷플릭스의 드라마가 ‘메시아 (Messiah, 2020)’다. 단, 이 드라마는 영리하게 메시아가 진짜인지 가짜인지에 대해 살짝 모호한 입장을 취한다. 이를 믿는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로 나뉘는 극 중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 드라마를 보는 시청자들 사이에서도 똑같은 반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말이다. 물론 더 영리한 점은 메시아의 존재가 진짜냐 가짜냐가 드라마의 핵심이 아니라는 점이다. 메시아라고 일컬어지는 이를 두고 벌어지는 현실의 양상과 갈등, 그리고 무엇보다 극심한 종교 갈등을 겪고 있는 중동의 오래된 문제와 여기에 지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미국의 정치적 배경을 함께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상 시즌 1의 내용만 보자면 (시즌 2가 가능할 줄은 몰랐다) 이 드라마의 이야기는 메시아라는 존재를 통해 실제 현실에서 벌어지는 갈등의 골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그래서 혹자는 반미 드라마라고 까지 부르기도 하는데, 최근의 일만 봐도 그렇고 중동에서 미국이 벌이는 일들은 잘못된 일들이 대부분 아닌가. 드라마 ‘메시아’가 흥미로운 건 이런 현실에 대한 비판적 메시지를 가장 핵심적으로 다룰 수 있는 동시에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오랜 종교분쟁의 깊은 골까지 담아낼 수 있는 구조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에 존재하는 여러 가지 가볍지 않은 다양한 정치, 경제, 종교 갈등의 요소들을 곳곳에 녹여내면서 메시아라는 하나의 중심점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구조는 관련 배경 지식에 대해 더 알면 알 수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만약 메시아를 주인공으로 하는 이야기가 결국 ‘메시아가 진짜인가 아닌가’에 머물렀다면 이 드라마는 반쪽, 아니 반의 반쪽 짜리 재미 밖에는 주지 못했을 것이다(그리고 그 기획은 아마 실패할 확률이 훨씬 높을 것이다). 하지만 복잡한 현실 갈등의 기반을 둔 드라마 ‘메시아’는 생각해볼거리를 추상적인 것에 머물도록 하지 않는 현실감을 지녔다는 점에서 몹시 흥미로운 드라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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