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 :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 (Star Wars: The Rise of Skywalker, 2019)
라스트 제다이를 지워버린 아쉬운 마지막
결과적으로 어찌 됐든 또 한 번의 ‘스타워즈’ 삼부작이 끝이 났다. 전설로 남았던 클래식 삼부작과 팬들로부터 원성을 더 많이 샀던 프리퀄 삼부작에 이어 J.J. 에이브람스가 총괄한 시퀄 삼부작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를 끝으로 마무리되었다.
시퀄 삼부작이 좋든 싫든 간에 중요했던 지점은 이전 여섯 편의 스타워즈 영화와는 달리 스카이워커 서사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점이었다. 기존 6편의 스타워즈는 사실상 아나킨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를 주인공으로 한 대서사시였다고 할 수 있는데, 에피소드 7~9에 해당하는 시퀄 시리즈는 드디어 여기서 벗어나 새로운 인물 중심이라는 점이 가장 큰 차이였다. 물론 그것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는 지점이기도 했지만.
나는 그런 면에서 이전 스타워즈의 열성 팬이기도 하지만 (자자는 참을 수 있었고, 헤이든의 아나킨은 좋아했던) J.J. 의 새로운 ‘스타워즈’도 좋아했던 이유의 대부분 지분은 라이언 존슨이 연출한 ‘라스트 제다이’에 있었다. 시퀄의 첫 번째 영화였던 ‘깨어난 포스’는 사실상 독립적인 영화로 존재하기보다는 이전 ‘새로운 희망’의 구성을 그대로 갖춘 형태로 새로운 인물들을 소개하는 서두에 그치는 작품이었다면, 두 번째 영화였던 ‘라스트 제다이’는 새로운 시대의 스타워즈 영화를 통해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지 중요한 메시지를 던진 과감하고 인상적인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그렇게 드디어 새 시대의 ‘스타워즈’는 어떤 방향성을 갖고 있는지 메시지를 던진 뒤 새로운 삼부작을 마무리하기 위해 내놓은 작품이 바로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였기 때문에 어쩌면 가장 큰 기대를 했던 영화였다. 큰 기대와 동시에 큰 걱정도 들 수밖에 없었는데 그건 당연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라는 제목 때문이었다. 드디어 스카이워커 서사에서 벗어나 새로운 이야기를 하나 싶었는데, 마지막에 와서 다시 스카이워커라니. 보기도 전에 불안해질 수 밖에는 없는 제목이었다. 단, 여기서 하나 짚고 넘어갈 것은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나는 스카이워커 서사를 몹시 좋아하는 이로서 그 자체에는 전혀 불만이 없다. 다만 시퀄 시리즈가 선택한 새로운 방향성 역시 마음에 들었기 때문에 그 끝은 어떻게 될까 기대했던 이로서 다시금 스카이워커를 불러오는 제목이 불안했던 것이다.
사실 레이와 스카이워커 와의 관계에 대한 의혹은 ‘라스트 제다이’ 당시 가장 큰 이야깃거리였다. 제다이라는 존재 자체가 혈통이 몹시 중요한 캐릭터인데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인 ‘레이’가 그냥 평범한 고물상이라고는 아무도 믿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치 루크 스카이워커가 그랬던 것처럼, 레이도 누군가의 딸이 아니겠는가 하는 건 거의 대부분의 예상이었다. 만약 ‘깨어난 포스’ 이후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의 이야기가 전개되었다면 전통적인 스타워즈 서사라는 점에서 별로 거부감이 없었을 것이다. ‘스타워즈’의 이야기는 상당히 보수적인 측면이 많고 혈통과 운명론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영웅 서사였기 때문에 새로운 시대의 주인공도 누군가의 딸이라는 설정은 전혀 어색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라스트 제다이’다. 모두가 누군가의 딸이겠지 했던 레이를 두고 누구의 딸도 아닌, 아니 특별한 것 없는 평범한 누군가의 딸이라는 걸 강조하며, 특별한 아버지의 자손이 아니어도 제다이가 될 수 있고 은하계의 운명을 짊어질 수 있다는 새로운 장을 열었기 때문이다. 특히 영화의 마지막 장면은 어떤가. 쐐기를 박듯 어떤 아무도 아닌 평범한 꼬마 아이가 포스를 사용하는 장면은 ‘새 시대의 스타워즈는 누구의 아들, 누구의 딸이 중요한 게 아니야. 누구에게나 포스가 있고, 누구나 제다이가 될 수 있지’라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그것이 ‘스타워즈’에서 벌어졌다는 이유 때문에 골수팬들은 부정적인 평가를 하기도 했지만, 나는 그렇기 때문에 더 의미가 있는 메시지로 여겼다.
그런데 이런 메시지의 대한 호감은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에서 사실상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결국 레이 역시 누군가의 핏줄, 그것이 스카이워커가 아니라는 점에서 팰퍼틴이라는 핏줄을 딛고 결국 새로운 스카이워커로 거듭난다는 이야기는 ‘라스트 제다이’가 보여주었던 메시지에 비하면 한 없이 작은 것이라 씁쓸한 한숨이 나왔다. 이럴 거였으면 차라리 ‘라스트 제다이’에서 그런 커다란 메시지를 던지지 말고 적당한 선에서 중간 과정의 이야기를 그려내는 것으로 그칠 수 있었을 텐데, 그랬다면 이 마지막이 이렇게 허무하지는 않았을 텐데 너무 안타까운 순간이었다. 특히나 ‘라스트 제다이’의 거대한 메시지를 겨우(?) 레이의 또 다른 출생의 비밀의 반전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점은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부분이었다. 새로운 시대의 ‘스타워즈’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도 있었을 텐데 두 번째 영화에서 기대치를 완전히 올려놨다가 마무리에서 다시금 본래로 다운그레이드 된 느낌이라 안타까움을 지울 수가 없었다.
가장 핵심적인 메시지에서 실망했기 때문에 부정적인 이야기를 많이 늘어놓을 수 밖에는 없었지만, ‘스타워즈’라서 어쩔 수 없이 감동적이고 좋았던 장면들도 많은 영화였다. 특히 레이와 벤의 관계는 세 편의 영화를 통해 차곡차곡 발전시켜 왔는데 그 결말 역시 만족스러웠다. 두 배우의 놀라운 집중력과 더불어 아마도 레이와 벤이라는 두 캐릭터 간에만 존재할 것 같은 묘한 갈등과 애정, 미움과 공감 등 복잡하고 유니크한 감정들이 마무리된다는 점에서 이번 영화는 내내 긴장을 놓칠 수 없는 리듬이 존재했다. 오랜만에 다시 등장한 캐릭터들을 만나는 반가움과 이제는 현실에서도 그 모습을 만날 수 없는 배우들로 인한 슬픔이 교차하기도 했고.
아마 ‘스타워즈’ 시리즈가 이렇게 끝날 거라고 예상하는 이는 아무도 없을 것이다. 이전보다 더 활발하게 에피소드 사이의 간극을 채우거나 새로운 은하계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하는 다양한 플랫폼의 작품들이 등장할 것이고, 머지않아 새로운 에피소드 영화도 아마 제작될 것이다. 반가움과 감동, 아쉬움을 모두 남긴 시퀄 삼부작은 이렇게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