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 (Once Upon a Time… in Hollywood , 2019)


쿠엔틴 타란티노의 신작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할리우드’는 여러모로 타란티노 영화다우면서 (제일 가까운 영화라면 ‘바스터즈 (Inglourious Basterds , 2009)’를 들 수 있겠다), 또 여러모로 기존의 타란티노 영화와는 거리가 있는 영화다. 구성적인 측면에서는 ‘바스터즈’와 유사한 점들이 많다. 역사적 사건을 두고 전복을 메인 테마로 하는 동시에 영화에 관한 영화라는 점에서 그렇다. 이 두 가지는 사실 타란티노 영화의 전부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그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둘러쌓고 있는데, 이번 작품은 또 다른 한 가지. 타란티노 본인이 애정 하는 것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풀어내는 방식이 조금 더 진지하고 따듯한 편이었다. 수다나 장난기, 폭력적 묘사에 있어서는 확실히 빈도가 낮아진 탓에 그런 면을 기대한 관객이라면 긴 러닝타임과 함께 심심할 수 있겠으나, 그 외에 깊어진 애정을 엿볼 수 있어서 인상 깊기도 한 작품이었다.

영화는 영화 안에서만 모든 것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이지만, 타란티노의 이번 영화는 실제 있었던 찰스 맨슨 일당의 샤론 테이트 살인사건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어야 제대로 된 감상이 가능한 영화다. 당시 영화배우이자 로만 폴란스키 감독의 부인이었던 샤론 테이트가 찰스 맨슨의 지령을 받은 무리들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사건은 엄청난 충격을 안겨준 사건이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또 시간이 오래 지난 탓에 요즘의 관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사건이기도 한데, 이 정도라도 사건을 알고 영화를 감상하는 것과 아닌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을 것 같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바로 이 사건을 다루고 또 전복하고, 그런 샤론 테이트를 안타까운 마음으로 내내 바라보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바스터즈’의 역사를 뒤집는 전복 장면이 희열을 주는 것과 달리, 이 영화가 주는 실제와 다른 이야기는 실제 사건을 알고 있다면 애잔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그런 시선으로 영화를 바라본다면 타란티노가 샤론 테이트라는 배우를 얼마나 동경했고 또 안타까워했는지 발견하게 된다. 그의 애정은 대부분 영화 속에서 신나고, 흥미롭고, 쾌락적인 것으로 표현되어 왔었는데, 이번엔 애정의 크기는 아마 같을지 몰라도 표현 방법에 있어 훨씬 더 감정적 인터라 영화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바꿔놓았다. 

실제 사건을 모르고 본다면 극 중 샤샤 테이트가 극장에 가서 자신이 출연한 영화를 보고, 관객들의 반응에 기뻐하는 장면 등은 불필요하게까지 느껴질 수 있는 장면인데, 실제로는 영화 전반에 드리워져 있는 테이트에 대한 안타까움이 짙게 묻어나는 장면이라 행복하면서도 안타까운 장면들이었다 (이런 효과를 더하기 위해 타란티노는 영화 속 영화에 등장하는 샤샤 테이트를 마고 로비가 연기하지 않은 실제 테이트의 모습 그대로 등장시킨다. 영화적으로만 보자면 완전히 세계관이 붕괴되는 설정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영화가 갖는 태도를 생각해본다면 오히려 반드시 그랬어야 할 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새롭게 맞춘 이야기를 하기 위해 허구의 인물을 등장시키게 되는데,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가 연기한 두 인물의 이야기는 샤샤 테이트 사건의 커다란 전사로 묘사된다. 마지막의 전복을 완성하기 위해 필요한 인물의 이야기를 2시간 가까이 다른 방향에서 늘어놓는 것인데, 이 리듬은 조금은 아슬아슬하다. 결말을 위해 필요한 설정도 있고 조금은 거리가 있는 설정들도 있는 편인데 이 아슬아슬한 (그리고 긴) 리듬을 완성시키는 건 디카프리오와 브래드 피트라는 노련한 배우들의 연기다. 이 영화는 앞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또 한 번 영화에 관한 영화라고도 볼 수 있는데, 여러 겹의 액자 구조로도 볼 수 있는 이 이야기 속에서 또 한 꺼풀의 레이어를 가질 수 있는 것은 이 두 배우 때문이다. 이 두 캐릭터는 디카프리오가 또 브래드 피트가 연기했기 때문에 결과물 이상으로 느껴지는 점들이 존재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그 세대는 아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나니 자연스럽게 샤샤 테이트의 예전 영화들을 잠깐이라도 보고 싶어 졌다. 옛날 옛적 할리우드에 존재했던 그의 영화를 말이다. 

Tagged , , , , , , , , ,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