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The OA _ 간절함의 끝에서 만난 다른 차원의 세계

넷플릭스엔 정말 재미있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지만 그 가운데 The OA를 가장 먼저 꼽게 된 건 어쩌면 part 1 마지막 편의 그 간절함 때문이었을지 모르겠다. 사실 part 1을 볼 때만 해도 별다른 부가 정보가 없었기 때문에 part 2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조차 몰랐다. 이것이 완전한 끝이라고 생각해서 그랬을지도 모르겠지, 아니 그렇다 하더라도 part 1의 마지막은 내가 최근 본 어떤 이야기보다 간절함이 극에 달해 모든 에너지와 감각이 한계까지 치닫는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많은 이들이 The OA를 두고 지루함을 견뎌야 나중에 비로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이라는 점을 (적극 추천하며) 어필하는데, 나는 훨씬 이전에 빠져들었다. 아마 OA가 니나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면서 드라마가 전혀 다른 전개로 돌입하는 순간, 나도 마치 그 방안의 아이들처럼 빠져들게 되었던 것 같다. 

그 순간 가장 흥미로웠던 건 ‘와, 역시 이야기의 힘. 그리고 이야기를 전달하는 힘 (스토리텔링)은 엄청나구나’하는 것이었다. 미지의 세계로 돌입하는 순간, 누군가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새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때 그 과정에서만 느낄 수 있는 황홀경을 바로 그때 OA를 보며 경험할 수 있었다.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드라마의 모든 것이 인상 깊게 좋았었는데, 그렇게 내내 좋았다는 점을 전혀 감안하지 않더라도 마지막 회, 마지막 순간은 단숨에 모든 것을 무너뜨릴 정도로 인상적이었다. 내가 만약 현실에서 벌어진 어떤 커다란 사건 혹은 상처, 트라우마에 관해 더 많은 타인에게 공감할 수 있도록 만들 수 있는 능력을 선택할 수 있다면, 바로 OA part 1의 경우를 주저 없이 고를 정도로 그동안 쌓아온 이야기가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 단숨에 이해되며, 그 간의 간절함이 배로 와 닿는 경험이었다. 

OA

그렇게 part 1으로 끝인 줄만 알았는데 part 2가 나온다고 했을 때 팬으로서 너무 반갑기도 했지만 이 이야기를 어떻게 이어가려나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물론 이 설정 자체가 OA를 믿는 다면 자연스럽게 다른 차원의 이야기가 가능하다는 것을 의심하지는 않지만,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서서 또 한 번 그런 감정적 동요를 이끌어 낼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가 들었다 (보통 걱정이 동시에 드는데 브릿 말링에겐 걱정이 들지 않았다).

part 1을 보면서도 내내 들었던 생각이지만 part 2를 보고 나서 더 확실해진 점은 브릿 말링은 정말 대단한 창작자구나 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큰 그림을 그린다’라고 말하곤 하는데, 서로 다른 차원의 이야기를 이렇게 완벽하게 엮어 낼 수 있는 능력은 단순히 큰 그림이라고 말하기엔 부족할 정도로, 그야말로 차원을 넘나드는 상상력과 이를 완성해 낸 작가적 능력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내가 이런 류의 미스터리 스릴러를 볼 때 많은 부분 아쉬웠던 점은 이 완벽한 연결과 논리적인 원인과 결과를 위해 너무 많은 부분을 소비한 나머지, 스릴러로서 기가 막히게 맞아떨어지며 감탄하게 만들기는 하지만 감정적으로는 크게 동요되지 못하는 점이었다. 반전을 중심으로 다루고 있는 영화들이 특히 그런 경우가 많은데, OA part 2의 경우 전체가 part 1의 이야기 전체를 완전히 레이어로 겹쳐버릴 정도의 짜임새를 갖고 있지만, part 1이 그랬던 것처럼 그 중심에는 다름 아닌 아주 감정적인 점이 있다는 걸 작품이 한시도 잊지 않고 있다. 

이 두 가지를 몽땅 다 완벽하게 해내는 작품이 과연 얼마나 있었나 싶을 정도로, The OA part 2는 이로 인해 더 완벽하고 인상적인 작품이 되었다. 

훌륭한 미스터리, SF는 이야기가 끝난 뒤 현실에서 문득문득 ‘혹시 그렇지 않을까?’ 하며 뒤를 돌아보게 되거나, 비현실적인 상상을 해보게 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The OA는 나를 그렇게 만들었다. 이전에도 수많은 멀티버스를 다룬 이야기들이 있었지만 OA만큼 ‘그래, 가능하겠다!’ 싶을 정도의 기대감을 준 작품은 없었던 것 같다. 누구나 간절하게 원하는 것들이 있을 텐데, 그런 이들로 하여금 우스꽝스럽다 못해 기이한 동작을 한 번쯤 연습해 볼까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건 다 그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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