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캡틴 마블 _ 끝내 스스로 일어선 새 시대의 영웅

캡틴 마블 (Captain Marvel, 2019)
끝내 스스로 일어선 새 시대의 영웅

(이 글엔 MCU와 관련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캡틴 마블이라는 캐릭터를 처음 알게 된 건 영화 ‘어벤저스 : 인피티니 워’의 쿠키 장면에서였다. 타노스의 계획대로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 가운데 퓨리가 마지막으로 연락을 취한 자가 바로 캡틴 마블이었기 때문이었다. 과연 주요 캐릭터 다수가 재가 되어버린 가운데 남아 있는 어벤저스 멤버들과 함께 타노스에 맞설 자는 어떤 영웅인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마주하게 된 캡틴 마블은 영화 속에서나 현실에서나 새로운 시대에 걸맞은 영웅의 면모를 갖추고 있었다. 

‘캡틴 마블’ 역시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 첫 작품의 성격과 작법을 따르고 있지만 조금 다른 점이라면 순서의 뒤바꿈을 통해 영웅인 캡틴 마블 못지않게 일반인(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사실상 영웅이기도 한) 캐럴 댄버스의 이야기를 주목하고 힘을 싣고 있다는 점이다. 슈퍼 파워를 얻게 된 히어로 이야기는 대부분 2시간 러닝타임으로 보았을 때 1시간이 지난 뒤에야 힘을 얻게 되는 경우가 많은데, ‘캡틴 마블’도 내용적으로는 동일하다고 볼 수 있지만 어쨌든 이미 다른 행성의 전사로서 활약하는 모습으로 시작된다. 그러고 나서 영화는 일반적인 히어로 영화와 마찬가지로 진정한 파워를 얻게 되는 과정으로 향하는 동시에, 캐럴 댄버스라는 인물로 돌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그리고 코어의 진정한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되는 순간, 그러니까 슈퍼 히어로가 되는 순간과 캐럴 댄버스라는 자각이 확실해지는 순간은 정확히 겹쳐진다. 

모든 히어로들이 히어로이기 이전의 평범한 인물이 중요하기는 하지만 (스파이더맨 – 피터 파커처럼), 아마 ‘캡틴 마블’처럼 캐럴 댄버스가 중요한 히어로는 없었던 것 같다. 아니 적어도 이번 영화 ‘캡틴 마블’은 캐럴 댄버스에 훨씬 더 힘을 싣고 있는 이야기다. 슈퍼 파워를 얻기 전에는 평범한 인간으로 매번 고난과 역경을 이겨내지 못했지만 내면에서는 곧은 심지를 잃지 않았던 것 정도가 아니라, 슈퍼 파워를 얻기 이전에도 이미 세상의 편견과 역경을 스스로 이겨내고 있었던 진정한 의미의 영웅이었다는 점은 이 영화가 가장 큰 의미를 갖는 점이다. 그래서 ‘넌 힘을 얻기 전에는 아무것도 아니야’라고 했을 때 캐럴의 인생을 돌아보며 매번 역경에서 스스로 일어섰던 순간들을 불러오는 연출은, 단순히 캐럴 한 명의 인생이 아니라 각자의 인생의 순간에서 편견과 차별에 맞서 스스로 이겨내고 있는 용기 있는 자들의 비범한 이야기로 승화시킨다. 물론 여기서 영화가 직접적으로 말하고 있는 용기 있는 자들은 당연히 여성이다. 이걸 인정하지 않는다면 ‘캡틴 마블’은 아무 의미 없는 오락 영화가 되고 만다.

또 하나, 캡틴 마블이 슈퍼 파워를 얻고 우주를 날아다니며 적들을 물리치는 액션에서 진지함이나 통쾌함이 덜한 건 어찌 보면 당연하다. 얼핏 보면 마치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의 유쾌한 액션과 유사한 리듬감이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액션에 힘이 덜 실린 이유는 앞서 말한 이유들에 있다. 왜냐하면 캡틴 마블과 캐럴 댄버스의 이야기의 클라이맥스와 절정의 통쾌함은 이 액션의 순간이 아니라 자신이 캐럴임을 완전히 받아들이고 또 한 번 스스로 일어섰을 때, 그리고 자신을 조롱하는 적 앞에서 나는 증명할 필요가 없다 라고 말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아마도 ‘어벤저스 : 엔드 게임’에서는 또 한 번 커다란 벽에 마주 서게 될지도 모르겠지만 적어도 처음 이 캐릭터를 소개하고 규정하는 이번 영화에서, 캡틴 마블(캐럴 댄버스)이라는 캐릭터는 누구보다 낫다는 증명을 힘으로 해야 하는 캐릭터가 아니라는, 그럴 필요가 없는 영웅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Marvel Studios’ CAPTAIN MARVEL..Goose ..Photo: Film Frame..©Marvel Studios 2019

‘캡틴 마블’은 기억이라는 장치로 편견과 차별의 역사를 겪어온 이들의 시간을 존중한다. 그리고 그들의 역사가 슈퍼 파워를 지닌 히어로 한 명으로 인해 구원받는 것이 아니라, 이미 스스로 그들 모두가 영웅이었음을 역설적으로 말한다. 그것이 새로운 시대의 영웅으로서 캡틴 마블을 좋아하는 이유다.

1. 크리 족의 사연은 마치 트럼프 시대의 이민자들을 떠올리게 하더군요.
2. 구스의 활약상을 보고 나니 우리 집 고양이들이 헤어볼을 토하려고 할 때마다 긴장(?)이 ㅋㅋ
3. 아… 엔드게임에서는 과연 캡틴 마블이 어떤 역할과 활약을 펼칠지 엄청난 기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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