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블비 (Bumblebee, 2018)
현시대의 E.T가 되고파
언제부턴가 아마도 영화가 산으로 가길 두려워하지 않았던 때부터였던 것 같은데, 그때 즈음부터 ‘트랜스포머’ 시리즈는 더 이상 흥미를 주지 못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트랜스포머’ 같은 영화가 가야 할 길은 더 더 높은 산으로 가는 게 일정 맞다고도 볼 수 있을 텐데, 다른 산을 올랐던 건가 여하튼 점점 만족감을 주지 못해 멀어졌던 터였다. 그러다 ‘범블비 (Bumblebee, 2018)’라는 프로젝트가 개봉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워낙 사랑받는 캐릭터이기도 했었지만 사실상 단물이 다 빠진 ‘트랜스포머’ 이야기가 범블비를 내세운 들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을지 의문이 더 많았다. 결론적으로는 기대치가 낮아서인지 몰라도 적당히 즐길 수 있는 군더더기 적은 오락영화였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E.T’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라도 그러했겠지만 ‘쿠보와 전설의 악기’를 연출했던 트래비스 나이트 감독은 ‘범블비’를 21세기 버전의 ‘E.T’로 만들려고 한 점이 선명했다. 플롯이 거의 동일하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또 다른 외계인인 범블비의 이야기는 ‘E.T’와 거의 동일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E.T’와 다른 점이라면 범블비에겐 좀 더 귀여움이 있고 그를 쫓는 외부의 적이 있다는 점 정도다.
대부분이 반복적인 내용이지만 이 영화에서 유일하게 활력을 주는 부분은 자동차에서 로봇으로 변신하는 범블비와 트랜스포머가 아니라 주연을 맡은 소녀다. 이런 류의 영화는 거의 대부분 소년이 주인공이었는데 이를 단순하게 소녀로 치환하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사실 그 정도라 해도 의미가 적지 않다), 분명히 소년 주인공과는 다른 활력과 무엇보다 이를 극장에서 보게 될 많은 소녀들을 떠올렸을 때 좀 더 의미 있는 영화라고 할 수 있겠다.
1. 80년대 팝 음악을 담은 사운드트랙이 특히 좋다.
2. 존 시나의 연기는 흡사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초기 코믹 연기를 떠올리게 하는데, 일부러 그런 코믹스러움을 연출한 캐릭터와 연기가 오히려 진지한 정극 연기보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