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_ ​그렇게 더 단단하고 광대해지다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 (Spider-Man: Into the Spider-Verse, 2018)
​그렇게 더 단단하고 광대해지다

​최근 들어 ‘아이언 맨’을 중심으로 한 어벤저스 멤버들의 인기와 인지도가 엄청나게 상승하기는 했지만, 본래 코믹스 기반 히어로 캐릭터 가운데 가장 인기 있고 인지도 높은 캐릭터를 꼽으라면 아마 마블에서는 독보적으로 스파이더 맨일 것이다 (DC의 경우는 아무래도 슈퍼맨과 배트맨이라는 양대산맥이 있고). 스파이더 맨은 코믹스는 물론 일찍이 실사 영화화되기도 했기에 많은 대중적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샘 레이미의 스파이더맨 영화와 리부트 한 ‘어메이징 스파이더맨’이후 새롭게 선보이는 ‘스파이더맨 : 뉴 유니버스’는 지금 시점에 가장 적절한 선택이자 스파이더 맨만이 가능한 장점을 최대한 부각한 영리한 작품이 아닐 수 없다.

​일단 국내에서는 ‘뉴 유니버스’로 번역한 ‘Spider-Verse’에 대해 언급할 필요가 있는데 마블 코믹스에 연재되었던 ‘얼티밋 코믹스 스파이더맨’ 속 평행 세계로 스파이더맨 세계관을 총집합한 멀티 버스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 평행 세계에 존재했던 각기 다른 스파이더맨 들이 하나의 세계에 등장한다는 이야기가 이번 영화의 주된 줄거리인데, 영화 속에서도 아주 짧게 스치듯이 소개하고 넘어가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설정이지만 역으로 몰라도 감상에 전혀 무리가 없는 점이라는 게 흥미롭다. 보통 하나의 세계관을 이해하기도 어려운데 멀티 버스라는 이름으로 각각의 세계가 등장하기 때문에 자칫 기존 코믹스와 각각의 배경에 대한 지식이 필요할 것 같지만, 딱 영화 속에서 소개하는 짧은 내용 만으로 충분한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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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정에 적용되는 이 이중적 장점은 영화의 핵심적인 장점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10대 캐릭터를 중심으로 마치 코믹스의 한 페이지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역동적인 화면 구성은 배경에 깔리는 비트 강한 힙합 음악과 더불어 트렌디 하지만 조금 지나치게 가볍지 않나 의문을 갖게 된다. 전통적인 주인공의 서사에서 살짝 벗어나는 것 까지 더해 기존의 히어로물에서 느꼈던, 더 직접적으로는 스파이더맨이라는 이야기가 본래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와는 가장 동 떨어지는 영화가 아닐까 싶지만, 결과는 오히려 정반대다. 커다란 힘에는 커다란 책임이 따른다는 유명한 메시지를 뛰어넘을 만큼, 이 영화에 등장하는 ‘누구나 스파이더맨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는 훨씬 더 강력하게 다가온다. 어쩌면 누군가에게 맡기거나 의지만 한채 대리 만족과 바라보기만 했던 입장에서 벗어나, 누구나 될 수 있다고 말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누구나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영화는,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강력한 메시지를 담은 스파이더 맨 영화가 된다.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이러한 영화의 메시지는 얼마 전 세상을 떠난 스탠 리가 남긴 말과 그에게 보내는 추모의 메시지를 통해 한층 더 단단해진다. 이렇게 스파이더 맨의 세계관은 한 차원 더 단단해지고 광대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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