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본 넷플릭스 오리지널 작품 가운데 하나만 꼽으라면 ‘마인드 헌터 (Mindhunter)’를, 하나를 더 꼽으라면 일단 ‘죄인 (The Sinner)’을 꼽고 싶다. 제시카 비엘과 빌 풀만이 주연을 맡은 이 이야기는 보통의 범죄 드라마가 범인을 쫓는 것과는 달리, 1화부터 명백한 범인과 살해 현장을 등장시키고는 그 살해 동기가 무엇인가에 대해 서서히 실마리를 풀어가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범죄/미스터리 드라마로서 코라(제시카 비엘 분)가 왜 갑자기 살인을 저지르게 되었는지 동기를 찾아가는 과정도 몹시 흡입력 있고, 쉽게 인물의 행동이나 결말을 예상하기 어려운 전개도 장르 드라마로서 기대하는 바를 충족시킨다.
하지만 ‘죄인’이 더 흥미로운 이유는 코라의 살해 동기를 알아가는 과정 속에서 드러나는 코라의 삶을 둘러싼 인물들과 현실 그리고 이를 추적해 가는 앰브로스(빌 풀만 분) 형사의 이야기 때문이다. 코라가 어렸을 때부터 어떤 가족과 현실 속에서 자라왔는지, 그리고 어른이 되어서까지 그녀의 삶을 자유롭지 못하게 붙잡아 두고 있었던 여러 가지 것들의 원인 혹은 이유가 무엇인지, 또한 코라의 사건에 집착하다시피 몰입하는 앰브로스에게는 또 어떤 말 할 수 없는 문제가 있는지는 이 드라마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엿볼 수 있게 한다.
결국 나는 이 이야기가 스스로 잘못했다고 여기는 이들, 즉 죄책감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옭매어 작은 상처를 계속 덧나게 만드는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어쩌면 그 잘못은 애초에 다른 이의 잘못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벌어진 잘못일 수도 있고, 어떤 잘못을 극복하고자 정말 애쓰고 노력하지만 번번이 잘 되지 않아 결국 스스로 무너지고 마는 일을 반복하게 되는 이들이, 서로를 만나 그 죄책감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워지게 되는 이야기가 아닐까 싶다.
그래서 ‘죄인’의 이야기는 가까이서 보면 평생을 죄책감 속에 살았던 코라의 이야기처럼 보이지만, 한 발 물러나서 보면 스스로의 삶에서는 또 좌절했지만 코라의 삶을 자유롭게 풀어내는 과정을 통해 스스로도 조금은 구원받게 되는 앰브로스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