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
장난감들의 얼굴
‘토이 스토리 4 (Toy Story 4, 2019)’를 보기 전 내 상황을 대략 이랬다. 먼저 본 이들이 하나 같이 하는 말이 있었는데, ‘토이 스토리 3편이 워낙 완벽한 엔딩이었기 때문에 4편은 무리가 아닐까, 실망만 하는 건 아닐까. 3편 이후에도 또 한 번 감동을 줄 수 있는 이야기가(마무리가) 있을까?라는 우려를 갖고 보게 되었는데 4편이 그걸 해냈다’라는 식의 이야기들이었다. 한결같은 반응들이었고 나 역시 똑같은 우려를 갖고 있었기 때문에 똑같은 심정으로 보게 되었다. 저런 말들을 제법 신뢰할 만한 이들을 통해 들었음에도 솔직히 믿을 수가 없었다. 3편은 너무 완벽한 마무리가 아니었나. 그런데 그 이후에 또 이야기를 시작한다니? 리부트도 아니고. 믿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나도 ‘토이 스토리 4’를 보고 난 심정은 먼저 본 신뢰할 만한 이들과 똑같았다. ‘무한한 공간 저 넘어(To infinity and beyond)’엔 정말 또 다른 이야기, 어쩌면 또 한 번 완벽한 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내용에 대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토이 스토리 4’의 이야기가 또 한 번 감동을 준 건 자신들이 시리즈 내내 견고하게 쌓아둔 감정선과 기반을 과감히 해체하고 정말 그 너머로 나아가는 스토리 텔링 때문이다. 3편이 정말 완벽한 마무리라고 생각했던 건 우리에게 장난감이라는 존재의 의미가 어떤 것인지 명확히 설명하는 동시에 그것들과의 이별이 그다음으로 나가기 위해 거쳐야 할 성숙한 과정이라는 걸 더할 수 없이 감동적으로 그려냈기 때문이었다. 모든 이별은 슬프지만 슬픈 가운데도 애써 미소 지을 수 있도록 설득해 내는 이야기는 ‘토이 스토리 3’은 물론 이 시리즈 전체를 더 견고하게 만드는 대단한 이야기였다.
그런데 4편은 어쩌면 여기서 또 한 번 나아간다. 그 이후가 없을 것만 같았던 지점에서 말이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그 이후도 존재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린다. 영화는 내내 주인이 있는 장난감과 그렇지 않은(못한) 장난감의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주인과 장난감이라는 관계는 토이 스토리가 내내 들려주었던 특별한 관계에 대한 테마였다. 솔직히 이 관계 설정은 조금만 삐끗해도 쉽게 오해를 사거나 폭력적일 수 있는 구조인데, ‘토이 스토리’ 시리즈를 본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겠지만 여기엔 다행히 그런 부정적 요소가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주인과 장난감의 이야기를 하지만 크게 불편함이 들지 않는다.
‘토이 스토리 4’는 바로 자신들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이 관계를 과감히 벗어던지는 우디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관계에 대해 누구보다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고 다른 친구들에게도 열심히 설파했던 우디가 스스로 미지의 세계로 나아가는 엔딩은 그래서 더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우디가 버즈를 비롯한 오랜 친구들과 이별하는 장면은 차마 스크린을 계속 볼 수 없을 정도로 울컥했다. 영화 중반부터 그럴지도(우디가 떠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살짝 하기는 했었지만 막상 그 순간이 닥쳤을 때 그리고 우디를 바라보는 친구들(장난감들)의 얼굴 하나하나를 비출 때, 이 시리즈와 함께 한 짧지 않은 세월이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들에겐 갑작스럽기만 할 그 이별의 순간에 어쩌면 더 과감하게 엔디를 보내주는 버즈와 친구들의 얼굴에서는 새삼 픽사의 대단함마저 느껴졌다.
애니메이션이 뭐라고. 장난감이 뭐라고. 영화가 또 뭐라고. 이렇게 엄청난 생명력과 이야기를 들려주고 전달하다니 하는 감탄을 새삼 그 한 장면에서 느낄 수 있었다. 그 얼굴들이 잊히질 않는다.
* 이번 영화에서 가장 멋진 캐릭터는 누가 뭐래도 보 핍! 보 핍 이야기가 스핀오프로 나온다면 대 찬성!!
* 악당이 없다는 게 이번 영화의 또 다른 장점. 나쁜 사람 없이도 충분히 긴장감과 감동을 만들어 낸다.
* 포키의 이야기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했다는 게 또 한 번 대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