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

하나는 ‘힐링 (위로)’과 관련된 책들이다. 힐링이라는 주제가 광범위하게 인기를 끌면서 이를 주제로 한 책들도 정말 많이 출간되었는데, 그 가운데는 물론 도움이 될 만한 책들도 있겠지만 내용과는 별개로도, 너무 많은 힐링 관련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만으로도 정작 힐링을 얻는 것과는 거리가 멀어지는 결과를 낳지 않았나 싶다.

그래서 의도적으로라도 이런 책들은 (마치 자기 개발서를 피했던 것처럼) 그런 낌새가 느껴지면 피해왔었는데, 의도치 않았던 책을 통해 제대로 된 힐링을 얻게 되었으니 바로 키키 키린의 책 ‘키키 키린 – 그녀가 남긴 120가지 말’이 그랬다.

이 책은 일부러 그녀의 죽음에 앞서거나 맞춰서 자서전 형태로 쓰인 책이 아니라 키키 키린이 그동안 활동을 해오며 인터뷰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추려서 정리한 책이다. 그래서 쭉 이야기를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도 없고, 아주 쉽게 읽히는 책이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키키 키린이라는 배우를 알게 되었고, 처음 보는 연기와 작품들에 매번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어떤 면에서는 키키 키린과 비슷한 형태의 배우가 키아누 리브스가 아닐까 싶은데, 어떤 영화든 키아누 리브스 본인을 연기하는 것만 같은 그 처럼 키키 키린 역시 매번 키키 키린 본인으로 등장하는 것만 같은 느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키키 키린이 출연한 영화를 본 이들이라면 느낄 수 있겠지만, 키아누 리브스의 경우와는 묘하게 차이가 있다. 매번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는 것 같지만 (그냥 말뿐이 아니라) 정말 미세하게 다 다른 캐릭터를 연기했었기 때문에 한 번도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 책에 수록된 그의 말과 생각들은 누구에게 강요하는 것을 극도로 피하고 있다는 느낌이었다. 혹시라도 강요받을까 봐 싶어 일부러 조심스럽게 말을 보탤 정도로 그저 본인 만의 한정적인 이야기라는 걸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다. 

담담하게 자신의 삶과 죽음에 대해 솔직하지만 설득하려 애쓰지 않는 키키 키린의 말들은 그래서 더 깊은 인상을 남긴다. 치유받고 싶다는 건 달리 말하면 누군가에게 제대로 된 충고 혹은 위로를 받고 싶다는 걸 텐데, 전혀 충고하지 않고 위로하지 않는 키키 키린의 말들이 오히려 더 큰 위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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