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3년 이하 이주민의 가게들
원했던 삶의 방식을 일궜는가?
요새 관심사가 온통 이쪽에 쏠려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손이 가게 된 책. 이 책을 알게 된지는 한참 되었는데, 제주를 한참 알아보다가 근래는 다시 다른 지역들을 알아보게 되면서 또 자연스럽게 멀어졌고, 급 다시 제주를 들여다보게 되면서 결국 구입하게 되었다.
독립서점, 제주 이민과 관련된 책들 가운데는 유독 이런 종류의 책들이 많다 (그런 책들에 관심을 갖다 보니 그럴 수도 있지만). 꿈이나 환상으로 포장된 것들의 현실을 담담히 하지만 아주 냉정하게 서술해 가는 내용의 책들. 사실 이쪽에 관심 있는 이들이라면 이런 시류도 이미 트렌드라 할 만큼 익숙해진지가 오래인데, 그럼에도 이 책은 제법 읽어볼 만한 디테일들이 담겨 있었다.
아직도 환상에만 사로잡혀 제주 등 서울을 떠나 이주와 새로운 삶을 꿈꾸는 이들이 있을까 싶지만, 혹여 그런 이들이 있다면 이런 종류의 책이 낯설게 다가올 듯하다. 그렇게 꿈을 찾아 간 이들 가운데 경제적으로 여유를 갖게 된 이가 전무함은 물론이고, 제주 하면 연상되는 자연과 함께 한 삶, 회사 생활에 찌들어 서울에서는 꿈도 꿀 수 없었던 개인 시간의 여유 등은 오히려 더 없어졌고, 그나마도 현실에 적응해 가며 작은 행복에 익숙해질 때쯤 임대료 인상으로 인해 다시 또 다른 곳으로의 이주를 고민해야 하는 현실.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알고 있던 내용들이지만 이런 현실을 몸으로 경험한 이들의 생생한 후기를 통해 또 한 번 확인해 볼 수 있었다.
며칠 전에 제주는 아니지만 지방 도시에 가게 자리를 보러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여행 다닐 땐 전혀 느낄 수 없었던 주민들의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외지인을 바라보는 시선에서 그리 반가운 기색은 느껴지지 않았는데, 그도 그럴 것이 도시재생사업이라고 일컬어지는 지방의 구도시 살리기 프로젝트들이 결국 그 도시에 오랫동안 살았던 원주민들에게 도움이 되기보다는 투자/투기 목적으로 오래전에 땅이나 건물을 사두었던 외지인들만 득을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젊은 사람들이 유입되어 활기를 얻게 되는 것이 좋은 측면도 있겠지만, 한 편으론 계속 뜨내기들만이 들락거리는 동네가 되어 버리는 경우가 많아, 태어나고 자라 온 고향이거나 오랜 시간 동안 소소하게 삶을 이어오던 주민들 입장에서는 좋지 만은 않은 일일 것이다.
그래서인가. 그저 몇몇 집을 알아보려고 온 것뿐인데 나 혼자 따가운 시선이 느껴져 죄지은 듯한 기분도 들었다. 제주나 다른 지방으로의 이주를 계획하게 되면서 원주민들과의 교류나 소통이 중요하다는 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었지만, 막상 그런 의도를 가지고 처음 방문한 곳에서 느낀 잠깐의 시선들은 다른 여러 경제적인 문제들 만큼이나 큰 용기가 필요하다는 걸 몸으로 느끼게 해주었다.
다른 이야기가 길어졌는데, 이 책을 통해 또 한 번 느끼게 된 점은 제주 이민의 현실은 결코 서울에서의 삶에서 벗어나는 것만이 목적이 되어서는 수많은 현실적 제약들에 좌절하게 될 것이라는 점과 몇 년 전 상황에 비하자면 여러 가지 조건이 안 좋아진 것은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제주는 아직까지도 묘하게 이런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매력이 여전하다는 점이다. 이런 책을 여러 권 읽게 되면 포기하는 것이 보통일 텐데, 아직까지도 잘 포기가 안 되는 걸 보면 (그렇다고 선뜻 용기도 못 내고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런 류의 책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참 사람들 생각이 다 비슷비슷하다는 점. 부정적 의미로 ‘다 그렇게 참고 살아’가 아니라 ‘다 비슷한 감정과 정서를 공유하고 산다’ 정도로 말할 수 있겠다.
아… 나는 서울을 떠나 이주민이 될 수 있을까. 올해 안에 어떻게든 결판 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