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 (感想)

오자크 시즌 3 _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지?

오자크 : 시즌 3 (ozark season 3)
우리가 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지?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자크’의 세 번째 시즌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우리가 어쩌다가 이렇게 까지 됐지?’라는 질문이다. 시즌 1과 2를 거치면서 마티 버드 가족은 여러 차례 (정말 여러 차례) 생사의 고비를 넘겨 왔지만 그때마다 쉽게 나올 법한 저 질문은 의외로 나오지 않았다. 마치 아직 클라이맥스가 오지 않았던 것처럼 고통과 위기의 크기가 작았기 때문이 아니다. 그건 마티 버드와 웬디 버드를 중심으로 한 이 드라마의 주요 인물들이 감정을 잘 숨기는 것은 물론, 참아내는 것에 도가 튼 인물들이기 때문이다. 즉, 이러한 캐릭터들의 성격은 이 드라마 만의 가장 큰 매력이라고 할 수 있다. 쉽게 겉으로 폭발하지 않지만 매번 폭발할 것만 같은 위험 속에 삶을 부지하고 있다는 것이 ‘오자크’를 쉼 없이 견디게 하는 장점이다. 그렇게 버텨온 웬디가 시즌 3에 와서야 스스로를 향해 포기하듯 내뱉는다. ‘우리가 어쩌다 여기까지 온 거지?’

웬디가 그랬던 것처럼 이 드라마를 지금까지 시청해 온 이들 조차 이 질문의 답을 하기가 쉽지 않다. 분명 그 과정을 모조리 목격했음에도 ‘어쩌다가’라는 질문에 쉽게 답하기 어렵다. 커다란 선택의 순간들로 그 이유를 정리해 볼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다는 평범하게 반복되었던 아주 작은 선택들이 더해져 결국 여기까지 온 것이 아닐까 한다. 그렇기 때문에 ‘어쩌다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되었을 때 콕 집어 무엇 때문이라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다.

‘오자크’가 다른 범죄 드라마와 조금 다른 점이라면 (이건 최근 좋은 반응을 이끌었던 범죄 드라마들과 비슷한 이유인데), 범죄자 혹은 범죄에 가담하게 되는 주인공의 범죄 행위에 대해 절대 미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오자크’의 경우처럼 생존을 위해 어쩔 수 없이 거대 범죄에 속해 버린 버드 가족은 말 그대로 ‘어쩔 수 없이’ 수동적으로 살아남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다는 설득력을 가질 수 있는데, 이 드라마는 시청자들에게 그런 설득을 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마티와 웬디가 또 한 번 생존 게임에서 성공했을 때, 목숨이 달린 미션을 풀어냈을 때 얻는 쾌감은 없다. 오히려 무력함만 남을 뿐이다. ‘그렇다고 앞으로 괜찮을까?’ 하는 질문 만이 남는 것처럼.

주인공을 응원할 수도 없고 비난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정하기도 어려운 상황은 ‘오자크’라는 드라마가 갖는 묘한 매력이다. 아마 어떻게 끝이 나든 간에 좋게 끝날리는 없지만 (설령 버드 가족이 카르텔에서 완전히 벗어나 자유의 몸이 된다 한들 그것이 해피 엔딩이라고만은 볼 수 없는 지경에 이미 와버렸기 때문이다), 차라리 빨리 끝나버렸으면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요즘 가장 안쓰러운 가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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